'30년 무사고가 어쩌다’..해군 초계기, 포항 야산에 전소

 경북 포항에서 훈련 중 추락한 해군 초계기는 한국 해군이 1995년부터 운용해 온 미국산 대잠초계기 P-3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P-3CK 기종으로 확인됐다. 이 항공기는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한 P-3 계열의 일부로, 원형은 1960년대 초부터 생산된 P-3A다. 우리 군은 성능이 개량된 P-3C형을 도입했으며, 이후 예비용으로 보관되던 P-3B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국내 실정에 맞게 개조한 P-3CK 8대도 추가로 확보해 총 16대를 전력화했다.

 

사고는 2025년 5월 29일 오후 1시 35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야산에서 발생했다. 초계기는 해군 포항기지를 이륙한 직후 원인을 알 수 없는 문제로 인해 기지 인근 야산에 추락했고, 기체는 곧바로 전소되었다. 이 사고로 소령급 조종사와 대위급 승무원, 그리고 두 명의 부사관 등 총 4명이 탑승 중이었으며, 이들 모두 사망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6시 20분경 마지막 실종 승무원의 시신까지 수습을 마쳤다고 밝혔다. 추락 직후 기체가 화염에 휩싸인 탓에 일부 시신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으며, 해군은 사망자들의 시신을 해군 포항병원으로 이송해 정확한 신원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의 기종인 P-3CK는 ‘잠수함 킬러’로 불릴 만큼 강력한 대잠 탐지 및 타격 능력을 지닌 해상 초계기로, 전장 35m, 전폭 30m, 전고 11m의 크기에 터보프롭 엔진 4기를 장착하고 있다. 어뢰, 폭뢰, 대함미사일 등을 탑재할 수 있어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며, P-3 계열은 특히 동해, 서해, 남해를 넘나들며 장시간 해상 초계 활동에 투입돼 왔다.

 

과거에도 이 기종은 뛰어난 작전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7년 한미 연합 해상훈련 도중 러시아 해군 잠수함을 70시간 이상 추적해 결국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든 일이 있었다. 하지만 16대라는 제한된 수량으로 삼면 해역을 감시하는 현실에서 기체 피로도와 노후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본의 경우 같은 기종인 P-3C를 102기나 보유하고 있어 한국보다 월등한 해상 초계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었다.

 

해군은 P-3 초계기 도입 10주년인 2005년과 20주년인 2015년에 각각 ‘무사고 10년’, ‘무사고 20년’을 기념했으나, 도입 30주년을 맞은 올해 처음으로 치명적인 추락 사고가 발생하며 비극을 맞았다. 앞서 2017년 1월에도 P-3CK가 초계 임무 중 승무원의 실수로 하푼 대함미사일 등 총 6발의 무기를 해상에 투하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어 안전 운용에 대한 우려가 지속돼 왔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일각에서는 기체의 전반적 노후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과정에서의 시스템 호환 문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해군은 사고 직후 항공기 운영을 중단하고 사고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는 소방당국과 해군 항공사령부 소방대가 신속히 진화 및 수색 작업에 나섰으며, 인근 주민과 관련 부대원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군은 희생자들에 대한 예우와 함께, 향후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에 나설 방침이다. 추후 국방부 및 해군은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담은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